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여 1심에서 아내(원고)의 청구가 받아들여진 사건의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건은 아내쪽을, 다른 사건에서는 남편쪽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내쪽을 대리한 사건의 경우에는 1심 결과가 제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된 것이지요. 반면, 남편 쪽을 대리한 사건은 1심 결과가 제 의뢰인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된 것입니다(남편의 폭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혼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던 사건이긴 합니다).
두 사건 모두 1년이 훌쩍 넘게 1심 재판이 진행되었고, 아내가 원고인 사건은 2심도 거의 막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두 사건에서 대리인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아내가 원고인 사건에서는 피고로 인해 가정이 깨졌고 이로 인해 원고가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고, 다른 사건에서는 비록 피고가 원고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은 있었으나 오래된 일이고 현재 깊은 반성을 하고 있으니 이혼 청구를 기각시켜달라고 합니다.
음....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제가 글을 쓰려고 하는 부분은 .....이혼소송을 당한 남편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두 사건 모두 공통적으로 남편은 이혼을 완강히 반대했고 그러나 1심 결과는 이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2년이 넘게 별거 중이고 이혼을 원하는 아내의 의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확고해져가고 있기 때문에 2심에서도 이혼자체가 변경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이정도 된 시점에서의 아내의 마음이 되돌아오길 바란다거나 이혼을 원하지 않는 남편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1년이 넘게 진행되는 1심 재판 동안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현행 이혼소송 실무에서는 상대로 인해 부부관계가 파탄났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혼 후의 생활을 위한 재산분할부분에서도 어떻게든 좀 더 많은 재산을 가져오기 위해 혼인기간 동안 형성한 재산에 대한 기여가 본인이 더 많았고 상대는 별로 한게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1심 재판에서 이혼이 된 경우 2심에서는 이제는 이혼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재산분할쪽에 치우쳐 소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정말 다시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길 바라는 남편이라면 일단 1심의 결과를 존중하고 재산분할 부분을 성실히 이행해서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없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다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몇 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원고가 외도가 있는 사건이 아닌 다음에야 양육까지 하게 되는 원고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전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빗장이 열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현실의 소송에서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서 쉽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이혼소송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사건도 진행해 보았지만....장기간의 소송 후 남는 것은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원망뿐 인 것 같습니다.
대리인입장에서는 일반 민사, 형사소송에 비해 이혼소송은 여러모로 힘도 더 들고 투입하는 시간도 더 많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증거가 충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가 대리인에게 하고싶은 말도 다른 사건들에 비해 많기 때문입니다.
한 가정을 깨는데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이혼사건은 여간해서는 맡지 않는다는 어느 변호사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혼 사건을 하다보면 어느정도 그 말이 이해가 될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