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포함하여 사법시험에서는 물론이고 아마도 현행 변호사시험 제도 하에서도 대부분의 형사소송법 교과서에서는 경찰의 수사권독립....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긍정설, 부정설, 시기상조설.....이라는 학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법조인 상당수가 공부했던 고 이재상 교수님의 형사소송법 교과서를 보면, 이 교수님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부정은 검사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한다는 점에 비추어 수사권독립론을 부정하는 부정설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셨고, 저희들이 시험공부할 때에는 이른바 '시기상조설'이 '다수설'이다라고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재상 교수님의 교과서를 보면, '수사종결권'과 관련해서 '수사종결권을 검사만 가지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본질적 요청'이라고까지 기재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수사종결권을 경찰에게도 부여하고 검사와 경찰의 관계를 기존의 '상명하복'관계에서 '협력관계'로 설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는 실로 수십년간 이어져온 수사실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효력을 현재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같은 효력을 '낮추는' 것 역시 상당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경찰의 수사종결권 확보는 검찰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갖고 있던 막강한 권한이 분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현재 일부 검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꼭 그것이 국민의 인권보장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검찰의 권한은 '기소'가 아닌 '불기소'에 있었습니다. 검찰이 피의자를 불기소하게 되면 법정에 세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이제 앞으로는 경찰이 불기소하여 수사를 종결한 사건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국민들, 그러니까 "피의자"나 "고소인"의 지위를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쪽 입장에서도 지금까지는 검찰 단계에서 본격적인 법리싸움이나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을 하면 된다고 하여 경찰단계 수사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겼다면 앞으로는 경찰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됩니다.
경찰 입장에서도 보면 이번 제도변화로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었습니다. 검찰(검사) 입장에서는 경찰에 이렇듯 수사종결권까지를 부여하게 되면 인권보호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를 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 부분은 많은 변호사들도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여전히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찰 수사관들이 많고 비리 또한 대단히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앞으로 경찰 조직이 얼마나 이 부분에 대해 노력하는지, 전문성을 발휘하는지, 인권보장에 소홀함이 없는지.....등등에 대한 주변(언론, 변호사단체 등)의 감시, 감독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 또한 이 문제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인력 충원, 교육 등을 통해 제도 변화 전보다 인권보장 측면이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검사 개개인, 경찰 개개인의 인격, 노력 등 사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형사소송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법 집행기관인 검찰과 경찰은 당연히 변화된 법규정과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하여야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본다면 이번 제도 변화는 그 첫 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수의 (정치성향)검사들을 제외한다면 전국 대부분의 검사들, 특히 평검사들은 밤을 세워가면서 열심히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행여 억울한 피의자가 나오지 않게, 고소인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말입니다. 검사들을, 검찰 조직을 비판하는 분들 역시 본인이나 본인 주변에 형사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사건을 맡은 검사가 밤을 세워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줄 것을 바랄 것입니다. 따라서 지나친 검찰(검사)에 대한 비판은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선의 경찰수사를 담당하는 분들이 지역토호(소위 지역유지?)들과의 관계에서 과연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법조인들이 염려하고 있으므로, 경찰로서는 앞으로 인사, 교육, 감찰 등을 통해 내부적 비리 등에 대한 엄정한 관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시간이 갈수록 우수한 인력들이 경찰로 많이 채용되고 있고 저 역시 경찰 조사에 참여하면서 이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 기관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능력자랑(?)은 지양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행사함에 있어 공정함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