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있은 후 언론보도도 그렇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피의자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는 견해와 법을 잘 아는 사람이나 권력자에게나 주어지는 권리이지 평범한 사람은 그러기 어렵고 나아가 전직 법무부장관까지 한 사람이 진술을 거부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는 견해가 그것입니다.
법률가 관점에서는 당연히 전자의 견해가 타당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법률가들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복잡다단합니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나아가 형사재판에서도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형사법정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개개 사건을 시작하는 판사가 마치 녹음된 내용을 틀듯 반복해서 하는 말씀이 바로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입증"은 검찰(검사)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피고인이 죄가 있다는 것은 기소한 검찰이 입증하는 것이지 피고인이 '저는 무죄에요'라고 입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수사실무에서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경우 이것을 정당한 권리행사로 보기보다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구나.....그러면 구속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순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조국 전 장관처럼 검찰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가 자주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진술은 하되 부인하는 진술을 하겠지요. 조국 전 장관입장에서는 아마도 검찰조사에 대한 불신이라든지 ...그런 것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형사재판, 즉, 검사가 기소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유죄'판결이 나옵니다. 무죄가 선고되는 사건은 정말, 정말 극히 적습니다. 이 말은 검사들이 유죄가 나올만큼 완결성을 갖춰서 기소를 한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그래서 판사들은 검사들을 꽤나 신뢰합니다. 제가 봐도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적 사건 같은 것말고 일반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노력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양승태 사법부의 소위 사법농단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면서 꽤 많은 수의 현직판사들이 검찰청에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요 형사재판만 하다가 막상 검찰청 검사실에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긴 시간 조사를 받아본 판사들이 검사실에서의 조사 현실을 체감하고 앞으로는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의 신빙성에 대해 재고를 하겠다.....는 취지의 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검사를 하다가 변호사를 하는 변호사들도 자신이 근무했던 검찰청에 들어가면 웬지 위축이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검사실 안 조사에서 자신의 입장을 완벽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고위공직자나 재벌들의 검사실 조사 후 극단적 선택......같은 사건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마 변호인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 행사하시죠라고 말해도 '그래도 되나요?'라고 말하는 피의자들이 대부분일겁니다.
하지만 진술거부권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릴수록 피의자들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보다 원활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